조각글

수국

어항* 2016. 10. 25. 14:58

꽃의 나라라기보단 수국의 나라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이 나라에는 수국이 많았다. 토양에 따라 다른 색이 피는 품종도 있다지만 이곳의 수국은 나라의 기분에 따라 다른 색이 핀다고 한다. 신빙성 하나 없는 전설이라며 믿지 않던 외국의 사신이 한번에 피었다가도 어느새 졌다가 다른 색으로 피어나는 수국을 보고 얼이 빠졌다는 소문도 있었다. 


나라의 기분이 누구의 기분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견이 분분하다. 나라의 대표는 왕이니 왕이나 왕족의 기분에 따라 달라진다. 아니다 나라의 주인은 백성 아니겠느냐 수국의 색은 민심에 따라 달라진다!


둘 다 틀렸다는 걸 나만 알고 있다.


나라의 중앙에 있는, 성이 중앙보다 좀 남쪽에 위치해있는 원인을 제공해주고 있는 울창한 숲. 저 숲 깊은곳엔 괴물이 산단다. 들어가면 아야해요! 꽃의 나라 어른들은 자기 아이들한테 항상 경고하곤 했다. 하긴, 꽃의 나라에서 꽃 한포기 없이 줄기 굵은 나무들이 가득한 어두운 숲 속엔, 괴물이 아니더라도 어린애를 들여보내고 싶진 않을 것 같다.


괴물같은 건 없지만.


숲 깊은 곳에 들어갈수록 빽빽했을 가시덤불들이 움직이며 길을 열어주었다. 길 앞에는 크고 아름다운 꽃봉오리가 하나. 그리고 그 안에서 잠들어있는 아름다운 소녀.


"안녕?"


그녀의 입술이 웃는 것처럼 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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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가 너무 허해서 우연히 발견한 예전 글을 하나.

기승전결 그런 거 안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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